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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03. 매일 쓰기

우룡 / 왕학체, 축서단 주연 / 중국 선협물

by 허니데이 2023. 10. 24.

우룡 / 왕학체, 축서단 주연 / 중국 선협물


일하느라 바빠서 한동안 중드를 끊었는데... 넷플릭스에서 우룡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손이 재생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우룡은 딱히 보고 싶지 않았어요. 왕학체의 최근작으로 창란결을 너무 재밌게 봤거든요. 우룡을 볼 바에는 창란결을 다시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유튜브에서 소개 영상이 그다지 끌리지 않았어요. 감독의 미적 감각이 없어 보였거든요. 또한 재미없다는 평이 줄줄이 나왔고 흥행에도 실패했다니...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죠.

왕학체도 좋아하고 여주인공 축서단에게도 관심이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축서단은 삼생삼세 십리도화에서 최고의 악역 현녀를 맡았던 배우로 예쁜 데다 연기력도 좋습니다. 그런데... 왕학체와는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았어요.

결국 편견이었습니다. 일단 첫회를 시청하고 정신없이 다음 회로 계속 달렸을 만큼 빠져들었죠. 정신없이 시끄러운 칼부림에 시뻘건 피를 콸콸 쏟는 장쾌한 전투씬은 일단 초반에는 없어요. 달달하고 간질간질한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죠.

용왕 위지룡염은 상고시대 용맥의 유일한 후계자로  용은천지에 홀로 수행하며 지냈습니다. 천년 전,  여와대에서 여와석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천뢰를 맞는 벌을 간간이 받고 있지만 그 외에는 자유롭습니다. 이따금 명격성군이 놀러 와서 말벗이  되어주지만 그마저 질색하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천뢰를 맞고 지상으로 떨어집니다. 마침 낙영곡으로 꽃구경을 나온 두 처자의 눈에 띄죠. 한 명은 하후부의 아가씨 하후설이고 다른 한 명은 여종 유형이었습니다. 하후설과 유형은 주종관계이지만 사실은 자매처럼 친했고 설 아가씨는 작고 하얀 뱀을 보자 유형이 평소 다친 동물들을 처소로 데려와 돌보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형에게 뱀이 아픈 것 같다며 돌봐줄 것을 부탁하죠.
유형은 어릴 때 뱀에게 물린 기억이 있어서 꺼렸으나 아가씨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집으로 데려와 돌보게 됩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용왕은 유형의 침상에서 지내며 극진한 돌봄을 받습니다. 몸이 다 나아도 유형의 곁에 머물죠. 그 사이 청청이라는 새 요괴가 찾아옵니다.

청청 역시 다쳤을 때 유형의 보살핌을 받아서 그 보답으로 매일 꽃을 물어다 주고 있었죠. 그러나 용왕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도망치는데 곧 잡히고 맙니다. 용왕은 청청이 나쁜 요괴가 아니란 걸 알고 자신이 없을 때 유형을 돌봐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렇게 유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새 요괴와 용 요괴의 수호를 받습니다. 역시 선행을 해야 복을 받습니다.

용왕은 유형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기고 정체를 밝힙니다. 유형은 처음에는 그를 두려워하고 어려워 하지만 용왕의 백치미에 빠져 들죠. 능력과 재주는 많지만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순진하고도 아름다운 남자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죠. 급기야 용왕의 청혼까지 받아들입니다.

한편 미모로는 자신을 따라올 새 요괴는 없다고 자부하는 예쁜 새 아가씨, 청청에게는 딱 하나의 흠결이 있었는데 그건 이마에 난 유성흔이라는 상처였습니다. 유성흔은 전생에서 생긴 흔적으로 어떤 술법을 써도 지워지지 않아서 고민이었던 그녀가 찾아간 곳은 명격성군이 있는 서각이었습니다. 명격성군은 명격부를 관장하는 신선으로 모르는 게 없는 다정다감한 남자였습니다. 따라서 청청에게 나풍각에 가서 각주의 방에 있는 비파를 연주하면 유성흔이 지워질 거라고 알려 줍니다.

나 풍각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지 모르고 청청은 의심 없이 그곳으로 갑니다. 나풍각은 역겁을 겪는 원신들을 관리하는 곳으로 설천심이라는 냉혈 미남이 각주로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각주의 방에 잠입하니 안 잡힐 리가 없었죠.

설천심은 청청을 당장이라도 죽일 듯 노려봤으나 일단 청청에게 백 년 동안 자신의 시녀로 일하도록 벌을 내립니다. 청청은 발악하지만 나풍각 각주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센 지 곧 깨닫습니다.

쾌활하고 발랄한 새 요괴의 등장은 나풍각의 음침함과 적막함을 깨뜨릴 수는 없지만 각주의 심기는 건드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때마다 작은 벌칙을 받아도 청청은 굴하지 않고 사고를 쳐서 오히려 각주를 더욱 괴롭히죠. 절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의 심기를 쉼 없이 건드리고 그때마다 청청은 각주에게 차갑고 무섭긴 해도 삼계를 통틀어 최고 미남이라고 추켜세우죠. 칭찬이 아닌데도 설천심은 매번 설레죠.

한편 청청은 각주와 측근 빙성과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유형에 관한 것이라 귀가 두 배로 커질 수밖에요. 나풍각 각주의 또 다른 임무는 천망을 유지보수하는 것인데 천망은 여와가 악령들을 가두기 위해 만든 결계였습니다. 태고 여신이 자신의 원신으로 만든 천망이라 긴 세월을 거치며 일부가 떨어져 나갔는데 그것이 극음원신입니다. 여와신의 원신이 깃든 극음원신은 인간계로 들어가 평범한 인간으로 사는데 각주는 그 원신을 회수해서 천망으로 되돌리는 일을 합니다. 유형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나풍각의 각주 설천심은 유형의 극음원신을 거두기 위해 설을 일찌감치 죽이기로 결정합니다. 유형이 아가씨가 죽으면 따라 죽겠다고 맹세한 것이 원인이었죠. 이러니 함부로 천지신명께 맹세하는 게 아닙니다만... 설의 경우는 죽으면 다시 환생하면 되는데 유형은 천망으로 돌아가면서 원신이 사라지죠. 그 얘기를 듣고 청청은 흥분해서 용왕에게 그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윽고 설이 늑대요괴에게 화를 당해 죽고 용왕은 나풍각에 가서 설의 원신을 돌려줄 것을 정중히 부탁합니다. 왜냐면 유형이 사흘 후 죽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사랑에 눈 뜬 남자에게 그렇게 허망하게 유형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평소 차갑고 냉정하기로 소문난 각주지만... 그 날만은 자비를 베풀죠. 비록 전생의 기억을 지우는 팔루음을 마시고 나풍각을 지키는 각주가 되었지만 어렴풋이 옛 기억 속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실연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 조건이 있다고 말합니다. 설과 혼인할 것이며 그녀의 삼생에 걸친 역겁을 곁에서 지켜주어야 한다! 천계의 규율이라서 어기면 절대 안 된다! 결국 용왕은 눈물을 머금고 조건을 받아들입니다.

유형을 살리기 위해서 그녀를 버리는 약속을 합니다. 이때부터 용왕의 고난이 시작됩니다. 하후설과 결혼하는 것은 차마 할 수 없어서 분신을 시키지만... 유형의 곁에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저 참담한 심경으로 유형에게 왜 헤어져야 하는지 말도 못 하고 가슴에 못을 박는 이별 통보만 한 채 매정하게 버리고 하후설과 혼인합니다. 유형의 입장에서 더 아픈 것은 그가 직접 나서서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보냅니다. 조금이라도 편안한 삶을 살도록 명격성군의 명격부까지 고쳐가며 유형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한 일들이 그녀에게 더 큰 마음의 상처가 되고... 남은 생을 용왕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하다가 쓸쓸하게 살다 생을 마치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용왕도 편치 못했습니다. 고통 이상의 고통이었죠.

용왕은 부단히 그녀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진룡이 되는 것도 포기하고 일신의 안락마저 버린 채 모든 것을 희생하다 만신창이가 되지만 유형의 두 번째 생도 불행 속에서 생을 끝냅니다. 설천심은 어쩌다가 둘의 일에 관여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청청이 있음을 깨닫고 고백을 합니다. 그러나 청청에게는 오해만 사죠.

늘 무거운 표정으로 노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주며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진심일리 없다고 청청은 단정 짓고 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용왕의 사랑도 가시밭길인데 자신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리고 그녀의 관심사는 온통 유형뿐입니다. 유형이 다음 생에서 아유가 되자 친구가 됩니다. 용왕은 친구의 오빠가 되어서 아유를 곁에서 돌봐주죠. 이때 아유는 용왕을 위지 거거로 부르며 진심으로 좋아하게 됩니다만 운명은 둘을 또 갈라놓습니다. 위지 거거는 또다시 가슴 시린 이별을 고하고  아유는 궁으로 들어가 황제의 비가 됩니다. 부귀영화와 천수를 누리는 운명이긴 했지만 두 번째 생 역시 위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다 외롭고 쓸쓸하게 생을 마치죠. 정말 가슴 아프다는 게 뭔지 보여주더군요.

청청이 용왕과 어울리는 것이 불만이지만... 설천심은 용왕이 자잘한 부탁을 하면 거절하지 않고 들어줍니다. 몰래 도와주기도 하죠. 그래도 유형의 세 번째 생, 진월에게는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때 처음 유형이 각주를 만나죠. 봉진월은 변방의 장수로 여장부 그 자체! 청청의 남자 친구라고 용언이 진월에게는 둘러대서 둘의 긴장감이 풀어집니다. 용언은 진월의 호위무사로 용왕입니다. 세 번째 생만큼은 유형이 자신을 모르길 바라며 곁에 머물지만...나풍교를 건너 환생하기 전 마시는 팔루음을 버렸기 때문에 용왕을 어렴풋이 기억해내죠. 용언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만 두 번의 생에서 그녀가 사랑에 아파하며 외롭게 죽어간 것 때문에 끝내 감정을 숨긴 채 측근으로 지냅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마음에 담은 채 사랑한다는 말 못 하고 생을 마치죠.

삼생이 끝나고... 유형은 드디어 용왕을 만나고 보자마자 혼인부터 하자고 끌고 나갑니다. 위지 거거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요. 설천심은 부러운 듯 봅니다. 청청에게 수시로 고백하고 청혼까지 내비쳤지만 번번이 묵살당하다 보니 더 부럽습니다. 그 마음도 몰라주고 청청은 용왕의 혼례 준비에 열을 올리죠. 모두들 천은용지에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혼인을 축복합니다. 명격성군이 나타나 초치기 전까지!

35회로 짧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까지 보니 더 연장해서 서사를 차근차근 더 풀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사진의 출처는 핀터레스트에서 모은 것입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