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영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황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태자소사 사위가 용의후부 세자 연림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황궁을 함락했습니다.
사위를 유혹해서 살 길을 열어보려 했으나... 워낙 냉혹한 인물이라서 통하지 않았습니다. 수치스럽게 조롱만 당했죠.
그렇게 영안궁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며... 지난날을 곱씹었습니다. 황후가 되기 위해 저질렀던 악행들 중 가장 뼈아픈 것은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을 배신하고 희생시킨 것입니다. 연림, 임자왕, 장차 등이 대표적입니다. 연림은 이미 자신에게 혹독하게 복수했고 임자왕은 곧 죽으니까 같이 무덤에 들어가면 되니까 장차의 목숨을 구하기로 마음먹기에 이릅니다.
사위를 처소로 불러서 마지막 협상을 합니다. 그는 예전에 그녀에게 목숨을 빚졌으므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옥에서 참수를 기다리는 장차를 구해줄 것을 부탁하고 자결합니다.
그렇게 비참하게 최후를 맞으며 설영은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황후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합니다. 잠시 후 눈이 뜨이고... 진짜 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황후가 되기 전 열여덟 살 설영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전생의 실수와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혜를 쥐어 짜내서라도 운명의 흐름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만...
그 당시 열여덟 살의 설영은 도성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못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명문가 여식다운 교양도 없고 학식도 부족하고 그저 드세고 사납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전생의 기억을 갖고 과거로 회귀한 설영은 황후의 지위까지 올랐던 인물입니다. 권력의 전장에서 일인자가 되기까지 실력을 갈고닦다 보니 권모술수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태자소사 사위의 가르침을 받아서 정론을 익혔으니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건 당연했지만... 사위의 눈에 딱 걸립니다. 악연이 공연히 악연일까요.
사위는 황제의 스승으로 태자소사의 직책을 맡고 있는 조정의 고위 관료입니다. 젊은 나이에 황제의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사리사욕이 없고 품행도 단정하며 일처리 또한 공정해서 조정에서도 적이 없을 만큼 신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호부시랑 강백유의 차녀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인 동시에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부의 측실 완낭의 딸로 시골에서 궁핍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완낭은 죽음을 앞두고 도성에 사는 강 씨 부부에게 자신의 딸과 부인의 딸을 바꿔치기했다고 진실을 밝힙니다. 그때 그녀의 나이 열네 살... 서녀에서 적녀로 인생이 확 바뀌는 순간입니다.
사위는 강 시랑의 부탁을 받고 그녀를 데리고 함께 상경하지만 도중에 도적떼를 만나서 생사의 고비를 겪습니다. 그날은 몹시 추웠고 눈까지 내렸습니다. 간신히 몸을 피한 두 사람은 산속으로 숨어들었죠. 그러나 병약했던 사위는 한기가 들어 정신을 잃고 어린 설영은 시골 의원에게 주워들은 방법으로 자신의 손목을 그어 뜨거운 피를 입에 넣는데... 정신이 드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눈이 벌게져서 그녀에게 죽일 듯 달려들다가 잠시 주춤거리더니 정신착란에 빠져서 해서는 안될 말들을 쏟아냈죠. 죄다 반역적인 말들이었습니다. 그때 설영은 그가 이혼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 후, 주인지 일행이 그들을 구해줘서 무사히 도성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4년... 설영은 강부의 문제아로 이름을 날리는 사이에 금릉 사 씨 나리는 나라에서 치르는 시험마다 죄다 수석을 차지하고 황제의 스승이 되었으며 도성의 이름난 명문가 자제들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었습니다. 용의후부 세자 연림도 그의 제자였죠. 연림은 설영의 둘도 없는 죽마고우였는데 정말 맹목적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으며 절친인 임자왕에게 관례만 치르면 바로 혼인할 거라 장담했습니다. 그때 황제의 동생 임자왕은 취향 한 번 독특하다고 놀렸죠. 하지만 전생에... 설영은 연림을 버리고 황후가 되기 위해, 황태제였던 임자왕과 혼인을 함으로써 결국 연림이 악마화되죠. 어쨌든... 지금의 연림은 정말 착하고 순수하며 빛이 납니다. 그러나 둘의 대화를 엿들은 사위는 그녀가 연림의 미래를 망칠 거라 예견합니다. 그때부터... 전생에는 왕래가 거의 없었던 사위가 강부를 찾아와 강 시랑과 바둑을 두며 친분을 쌓기 시작합니다. 순전히 강부의 차녀를 직접 감시하기 위해서... 왜냐하면 그에게 연림과 연 씨 가문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생에 설영은 사위에게 호되게 당했습니다. 반역자가 되기 전부터 그는 그녀에게 호의적인 인물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장공주의 글벗으로 입궁해서 그의 제자가 되었을 때 지옥이 따로 없을 만큼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그를 세속과 거리가 멀고 품행이 단정하다고 세상은 말하지만... 사리사욕을 멀리 하고 학문에만 힘쓰는 데다가 황제 폐하께 충심을 다한다며 사람들은 입이 마르도록 칭송하지만... 그는 확실히 뼛속까지 반역자였습니다. 설영은 4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전생을 겪으며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런 그가 그녀의 정체를 간파하며 연씨 가문에 재 뿌리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오히려 안도합니다. 적어도 그가 연림의 편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전생에 연림은 관례식날 설 씨 가문의 계략으로 반역죄에 엮여서 가문이 통째로 참살을 당하면서 대건의 최고 가문이었던 연 씨 가문이 멸문을 맞는데... 유일하게 살아남아 도성을 떠납니다. 그 후... 사위와 함께 대군을 이끌고 황성을 치죠.
설영은 이번 생에는 그 운명을 바꿀 예정입니다. 비극의 시작이었던 그날을 바꾸기 위해 못 할 게 없습니다. 사위는 연림을 위해 그녀에게 헤어지라고 살해 위협까지 하는데 친구 사이라고 확실히 입장을 밝힙니다. 그럼에도 그는 못 미더워서 아버지 강시랑에게 접근해서 연 씨 가문과 절대 혼인을 맺지 말라고 조언을 하죠.
조정은 설 씨 가문과 연 씨 가문으로 권력이 나누어져 있었으나 20년 전 평남왕의 반란을 평정하면서 설 씨 가문이 우위를 차지한 데다 지금의 황제 심랑의 생모인 태후가 친누나이다 보니 기세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공연히 연 씨 가문과 인연을 맺으면 설 씨 가문에게 화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귀띔을 해주면서까지 두 사람의 혼인을 사전에 막습니다.
한편 설영은 주인지를 만납니다. 주인지는 전생에 그녀가 부렸던 수하인데... 이 자가 워낙 박쥐라서... 설씨 가문의 군대 흥무위에서 한 자리하면서 연림과도 친하게 지냅니다. 필시 관례식하던 날의 참사에 이 자가 연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살짝 의중을 떠보니 확실합니다. 선수를 쳐서 그를 협박하는 데 성공합니다. 최소한... 시간은 벌었죠.
사위는 사위대로 정국공 설원이 봉의후 연묵을 역당과 엮으려고 흥무위를 움직여 공작을 벌이는 것을 막아냅니다. 그 바람에 형부의 말단 관직인 장차에게 역당을 잡아낼 책무가 지워지죠. 이때까지만 해도 장차는 사위에게 별로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설영이 그를 좋아한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연림은 아버지 연묵에게 관례 후에 설영과 혼인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반 마디의 반대도 없이 흔쾌히 허락합니다. 사위가 알았더라면 피 토했겠죠? 정말 이 부자는 사이가 좋습니다. 설영 역시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데 문제는 어머니 쪽입니다.
어디서 꼬였는지... 설영의 어머니 강 씨 부인은 설혜가 완낭의 딸인 것을 알아도 여전히 큰 딸만 편애해서 설영과는 견원지간입니다. 아마도 성격이 나빠진 이유가 강씨 부인 때문인 듯싶습니다만... 두 번 살아도 어머니와는 화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신에 아버지가 그녀를 더 많이 아껴줘서 그녀의 계획에 도움을 주는데...
장공주의 글벗 선발 때는 아버지도 설혜 편을 듭니다. 예전 같아서는 길길이 날뛸 작은 딸이지만... 지금의 설영은 사위의 제자가 죽기보다 되기 싫고 못된 장공주도 꼴 보기 싫고 무엇보다 황후 따윈 되고 싶지 않아서 그 기회를 기꺼이 언니에게 양보합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으로... 하필 청백원부의 꽃놀이에 갔다가 장공주와 마주치고 그만 실수로 입담을 발휘하는 바람에 공주로부터 잔뜩 호감을 사는데...
명단에도 없던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버렸습니다. 그토록 피하려고 설혜에게 양보했건만... 운명이 또 다시 자신의 신세를 망치려는 듯 공주의 글벗이 되어서 입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연림이 찾아와서 하는 말이 자신이 부탁했다고 하고 후일 사 소사로부터 내막을 듣는데... 공주도 부탁하고 강 대인도 부탁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이 낙점했다나 뭐라나...
사위는 설영이 자신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그녀를 억지로 궁으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그래야 가까이서 감시할 수 있는데다... 적적하고 황량한 궁에서 고귀한 신분의 옷을 입고 쓸쓸히 있는 시간 동안 그녀를 통해 소소한 활기를 느끼고 싶어서라고 소회를 밝힙니다. 의외로 솔직한 남자죠. 그러면 뭐 합니까? 둘은 상극이라서 만나기만 하면 싸우니... 게다가 그의 심경을 박박 긁는 재주가 있다 보니 사위의 호위가 참다못해 그녀를 죽이겠다고 눈치 없이 나섰다가 호되게 혼납니다. 그렇게 살짝 웃게 하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둘이 있으면서 사이좋은 날은 거의 없습니다. 진짜! 그런데도 서로 지략을 펼칠 땐 찰떡이라서 사위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들고 말죠. 그래서 불쌍해지는 남자가 장차입니다.
연림은 주인지가 자신이 아는 비밀을 밝히는 바람에 설영을 위해 친구 사이로 남기로 하는데... 그것은 연묵이 역당 평남왕과 서로 교환한 서신을 문제 삼아 설원 측에서 반역죄로 몰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울면서 그녀를 포기하는데... 이 남자랑 만약에 잘 되었다면 꽤 유쾌한 인생이었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사위가 그 꼴을 볼 리가 없겠죠.
장차 얘기를 이쯤에서 하죠. 공주의 글벗으로 입궁했는데 전생과 달리 공주의 총애를 잔뜩 받다 보니 같이 입궁한 규수들이 미움을 받는데... 설원의 딸이자 태후의 조카 설주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목숨이 경각이 달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전생에도 설주와 임자왕의 왕비 자리를 두고 피 터지게 싸웠는데... 이번 생에서 '삼백의 충혼'을 들먹이며 역모로 모는데... 그것도 태후라는 여자가... 설영은 죽을힘을 다해 꾀를 짜내서 자신의 사건을 형부로 이관시켜 해결하게 하는데... 그때 장차가 나서서 하룻밤 사이에 무죄를 증명하면서 그를 더 좋아하게 됩니다. 전생에 황후였을 때도 그를 연모했으므로 이번 생에는 그와 함께 할 수 있길 조심스럽게 빌어보지만... 사위가 파놓은 함정에 장차가 엮이면서 전생의 불행이 되풀이됨에 따라 결국 통곡하며 인연을 포기합니다. 어머니를 비통하게 잃기는 하지만 그의 목숨만은 안전하니까...
사위가 장차를 죽이려고 한 이유는 설영이 그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계획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서라고 봅니다만... '삼백의 충혼'과 그의 정체가 깊숙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평남왕이 반란을 일으켜 도성을 차지하고 태자 심랑을 찾기 위해 또래 예닐곱 살 사내아이들을 죄다 잡아들였습니다.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아이들은 눈밭에 그대로 방치된 채 있었습니다. 태자가 스스로 궁에서 나올 때까지 평남왕은 기다렸습니다. 그때 설원의 아들 설정비가 태자인척 나왔고 바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나머지 아이들도 같은 운명이었습니다. 그들이 대략 삼백 명이었으므로 난이 평정된 이후 '삼백의 충혼'이란 이름으로 백과사에 묘를 세웠습니다만... 태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이름을 꺼내는 것만으로 역모로 취급했습니다.
평남왕은 여전히 건재해서 대건 도성은 물론 황궁까지 간자를 심어서 설원과 연묵의 반목을 부추기고 있었습니다. 사위도 그의 간자 중 하나였습니다. 삼백 충혼의 아이들 중에서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눈이 오는 날이면 이혼증에 시달리는 이유입니다. 그의 목적은 설 씨 가문에게 복수하는 것이므로... 사사건건 설원의 발목을 잡긴 하지만 연묵과 연림 부자의 불행은 결국 막지 못합니다. 대신에 설영의 도움으로 멸문 같은 비극적인 죽음은 피하고 변방으로 유배를 떠나는 걸로 일단 마무리...
임자왕은 원래 설혜와 인연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중간에 설영이 가로챘습니다. 폐질로 병마에 시달렸던 황제는 자식이 없었으므로 동생을 후계자로 세웠기 때문인데... 전생과 황제의 건강은 다르지 않습니다만... 설혜와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설영 자신은 임자왕과의 인연을 끊습니다.
대충 전생의 인연들과 싹둑싹둑 끊어냈으니... 바랄 게 없어진 그녀는 시골로 떠나기로 하는데... 그걸 그냥 두고 볼 사위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녀에게 마음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인데... 이 영리한 남자는 대월로 시집간 장공주를 구하러 간다며 밑밥을 까는데... 결국 설영과 단둘이서 변방으로 떠납니다. 그 후로 온갖 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 사위에게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되지요.
마지막 무렵 설영은 꿈을 꿉니다. 전생에 자신이 죽은 후에 사위에 관한 것인데 그는 그녀를 회상하며 스스로 자결합니다. 아마도 그녀가 없는 삶이 너무 황량해서 살기 싫었나 봅니다. 비록 괴롭히긴 했지만 그것도 사랑이었던 모양이지요.
여하튼 아들딸 잘 낳고 해피엔딩입니다. 여전히 장차를 질투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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