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05. 드라마, 영화 등 리뷰

[중국 무협 드라마] 산하령/ 장철한×공준 주연

by 허니데이 2024. 6. 16.

산하령

2021년 작품입니다. 원작 <천애객>이 BL이라서... 전연령이 보는 드라마지만 두 남자 주인공의 우정이 은근히 러블리하죠. 스토리도 좋아서 이야기할 맛이 납니다. 그럼, 시작!

핀터레스트 출처



[산하령 줄거리]

무협의 시작은 배경 서사의 나레이션이죠.

'청애산에 모인 오호맹과 천하 영웅들은 대마두 용현을 처형했다.
용현의 죽음은 사람을 천하무적으로 만들 비급이 있는 무고를 남겼고 무기고를 열기 위해선 필히 유리갑을 찾아야 했다.
훗날 무기고의 이야기가 동요로 퍼졌고 수많은 세력이 호시탐탐 무기고를 노리며 은밀히 유리갑을 찾기 시작했다. 먼 북방의 진왕도 이를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 '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유리갑의 비밀입니다. 평범한 사람도 무림의 절대고수로 만든다는 비급이 있는 천하무고를 열수 있는 열쇠가 유리갑입니다. 천하무고는 대마두 용현과 오호맹이 호형호제하던 시절에 무림의 명문 문파에서 소장했던 비급만을 훔쳐서 만든 일종의 비밀 서고였습니다. 신의곡의 망자도 살린다는 비급서 음양책과 장면산의 불로불생의 천인이 된다는 비급서 육합심법이 대표적이죠. 그 외 명문 문파의 금서까지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니 무림의 어느 누군들 탐내지 않겠어요?

용현이 주화입마에 걸려 살인마가 되기 전까지는 오호맹을 비롯 무림의 명문 자제들과도 친분이 꽤 두터웠을 만큼 인품과 자질, 실력이 뛰어난 걸출한 인재였습니다. 그런 그가 대마두로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면서 무고와 유리갑을 둘러싼 행방은 비밀로 묻히게 됩니다.

그로부터 20년 후. 주자서는 진왕의 살수조직 천창을 만든 장본인으로 지난 십년 간 진왕에게 충성했으나 사계산장 81명의 형제들이 모두 죽으면서 미련 없이 천창의 수령 자리를 내놓습니다.

천창을 떠날 때 원칙이 하나 있는데 '칠규삼추정'이란 일곱개의  못에 박는 것입니다. 이미 그는 마지막 형제 구소가 죽자 그 못들을 하나씩 몸에 박았고  마침내 진왕 앞에서 마지막 못을 박으면서 공식적으로 천창을 떠납니다.

일단 칠규삼추정을 몸에 박으면 3년 밖에 살지 못합니다. 무공도 잃고 오감도 잃으면서 폐인으로 살다가 죽는 악독한 형벌입니다. 주자서는 못을 천천히 박으면서 무공과 오감을 일부 남깁니다.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형제들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칠규삼추정을 하나씩 하나씩 몸에 박으며 스스로에게 벌주는 것과 별개로 주군에게도 죄를 물어야 하므로...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무공을 완전 폐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는 사계산장의 장주였기 때문입니다. 선대 장주 진회장이 갑작스러운 변고로 죽으면서 수제자였던 그가 장주가 되지만 열여섯 소년은 사촌형이었던 진왕의 천하를 구한다는 대의에 현혹되어서... 81몀 형제들을 이끌고 그의 수하로 들어가 서북 최고의 살수조직 천창을 창단합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을 버리고... 자유의 몸이 되서 여행을 떠납니다. 천창이 없는 남쪽으로...

한편, 청애산 귀곡에서는 적사귀가 곡주의 유리갑을 훔쳐서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에 분개한 곡주는 귀곡 3천 악귀들을 풀어 유리갑을 찾아오라고 명령합니다. 유리갑을 찾아오는 자에게 십대 악귀의 우두머리 자리를 주겠다는데 누가 마다하겠어요.

선대 곡주가 강호와 맺었던 평화 조약을 깨고 젊은 곡주는 청애산의 문을 열어 젖히고 재앙에 가까운 수하들을 세상으로 보냅니다. 사실... 유리갑은 핑계이고 세상을 망치고 강호를 피로 물들이는 것이 진짜 목적입니다. 악귀들의 왕이 그렇지요.

석 달 후 월주에서... 병색이 짙어진 초췌한 얼굴로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내가 길가에 누워 있었습니다. 술병을 끌어안고 연신 허허실실 웃어대는 모양이 누가봐도 폐병을 앓고 있는 술주정뱅이 거지였습니다.

건너편 주루 이층에는 회색 옷의 잘 생긴 남자와 자색 옷의 예쁜 여자가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주인과 시녀로 주종 관계였으나 남자가 여자를 어릴때부터 주워 길러서 친남매에 가까웠습니다.

그때 고상이 밥을 먹다말고 거지를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돈을 구걸하는 밥그릇도 없고 돈 한 푼 못 받는데 꽤 행복해 보여요. 설마 바보는 아니겠죠?''
그러자 주인은 웃으며 말합니다.
''지금 저자는 햇볕을 쬐는 것이다.''
''햇볕을 쬐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이미 삐쩍 말랐는데 햇볕을 쬐면 말라비틀어질 거예요... 주인님, 제가 세상 물정 모른다고 놀리지 마세요. 딱 봐도 3년은 배를 곯은 것 같아요. 곧 죽어도 이상할 게 없죠. 아닌가요? 저 사람이 거지라는 데 걸겠어요.''
''무얼 걸겠느냐?''

바로 그때... 부잣집 막내 도련님이 하인을 시켜 돈을 주지만 사내는 귀찮은 듯 돈을 밖으로 털어냅니다. 고상은 의아해서 그를 부릅니다.

''거지 아저씨!''

그가 쳐다봅니다. 역시 거지였어! 이왕 불렀으니 밥을 사주겠다고 말을 걸죠. 하지만 사내는 술을 달라고 합니다. 쳇! 까다롭네! 고상은 직접 술병을 건네 주죠.

''이봐요. 왜 돈을 주는데 안 받아요? 술은 받으면서 돈은 안 받고 거지가 가리는 것도 많네요.''
그러자 사내는 정색을 하며 얄밉게 말합니다.
''누가 나더러 거지래? 그냥 햇볕을 쬐고 있는 거요.''

온객행이 이기는 순간입니다. 언짢아진 아가씨는 도로 술병을 빼앗는데... 거지 주제에 어찌나 몸이 유연하지 허공만 잡히자 그녀의 필살기 채찍을 꺼내서  사내에게 휘두르는데... 어찌된 것인지 요리조리 피하며 피해자처럼 불쌍을 떠는 꼴이라니... 구경꾼들도 하나둘씩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막내 도련님도 약자를 해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훈계를  합니다. 어린 놈의 새끼가 도통 알아듣지도 못하는 풍월을 읊으며 속을 박박 긁는 게 아닙니까.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화를 돋구니 채찍에 전력을 실어 일격을 가합니다. 그때 온객행이 그녀를 막으면서 싸움이 시시하게 끝납니다.

잘생기고 귀티가 잘잘 흐르는 공자가 거지꼴의 떠돌이에게 정중히 머리 숙여 시녀의 무례를 용서해달라며 사과를 합니다. 그리고 고상을 데리고 자리를 떠납니다.

왜 그랬을까요? 온객행은 사내의 범상치 않는 보법을 보았습니다.  그건... 십년 전 사라졌던 사계산장의 절기 '유운구궁보'였습니다. 즉 고상이 무공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고수라는 뜻!

도련님은 막 곤혹을 치른 남자에게 자신의 명패를 주며 경호산장으로 초대합니다. 누가봐도 폐질을 앓고 있는 떠돌이 거지에게... 지낼 곳이 필요하면 언제든 오라며 선행을 베풀죠. 이 녀석이 경호 산장 장문 장옥삼의 착한 막내 아들 장성령입니다. 열네살이죠.

월주를 둘러보며... 주자서는 아이들의 동요를 듣습니다. 그냥 흘려 듣기에는 너무도 불길한 노랫말입니다.

'오호의 물이 천하에 모였는데 무림의 지존은 과연 누구일까?'

'오색구름처럼 흩어진 유리의 파편, 청애산 귀신의 비극은 누가 초래했나?'

오호맹이 무림지존이 되기를 원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오색구름의 오 역시 오호맹을 지적하며  동시에 다섯 개의 유리갑을 숨기고 있습니다. 유리의 파편이 하나씩 나눠진 유리갑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유리갑의 전설이 회자된다는 것도 불길한데...  오호맹을 겨냥하고 있어서 그 의도가 악독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누가 이런 노래를 퍼뜨렸을까요?

오호맹은 백년 전에 의형제를 맺은 다섯 문파로 지금까지 형제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유서깊은 무림세가입니디. 그러나 경호산장은 이미 오호맹과 절연한 상태였습니다.

한편 주자서는 배를 타고 경호산장에 도착합니다.  지천으로 살구꽃이 가득합니다. 그 순간 살기띤 부채가 날아오더니 온공자가 다짜고짜 공격을 합니다. 몇 번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그쪽에서 멈추더니... 아무 없다는 듯... 부채로 꽃바람을 일으키며 화사한 얼굴로 예쁘게도 말합니다.

''대형의 보법이 마치 신선 같아서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다시 만나러 왔소.'''
기가 차서... 주자서는 되물죠.
''신선 같다고 했소? 신선은 개뿔! 공자 눈이 삐었나보오.''
''그렇지 않소. 난 안목이 아주 높소. 그 보법은 바람에 흩날리는 눈처럼 가볍고 구름이 달을 가리는 것 같소. 참으로 아름다웠다오.''
주는 생각합니다.
'이 자 대체 누구지? 사계산장의 유운구궁보를 알고 있군.'
그 사이 온은 마치 여인을 유혹하듯 꼬시려듭니다.
''대형도 술을 좋아하는 것 같소만 봄기운도 완연한데 나와 함께 배에서 한 잔하는 게 어떻소? 굳이 홀로 꽃밭에서 외롭게 마실 필요는 없잖소?''
''날 미행한 거 같은데 목적이 무엇이오? 사실대로 말하시오.''
주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바로 묻는데... 온은 정색하며 오해라고 합니다. 서운한 척 애교를 뚝뚝 흘리면서 해명합니다.
''미행이라고 했소? 대형이 그랬잖습니까? 인연이 있으면 또 보자고. 그래서 만나러 온 거죠.''
말이나 못하면... 주자서는 절대 온공자와는 말로는 못 이길 운명인 것을 예감한 건지 그냥 경공을 써서 하늘로 날아갑니다. (전 무협의 이 점이 좋습니다. 배우들에게 고행이겠지만...)

장옥삼의 장남은 막내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를 받아주지만 안채와 멀리 떨어진 나뭇간에 재우죠. 그날 밤... 주자서가 칠규삼추정을 몸에 심은 이래로 편한 잠은 잔 적이 없습니다. 밤이면 더 심해지는 발작에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야했습니다. 그날 밤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들리는 소란에 문을 열고 나가보니 산장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습니다. 귀곡의 소행이었죠.

그때  낯익은 두 사람이 보였습니다. 하나는 뱃사공 영감이고 다른 하나는 막내 아들 성령이었습니다. 귀면을 쓴 악귀들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영감의 실력으로는 도망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습니다. 주는 허리춤에서 연검을 뽑아서 단숨에 악귀들을 죽이고 둘을 데리고 섬을 무사히 빠져 나옵니다. 그러나 또다시 발작이 시작되고... 곧이어 그들이 숨어든 낡은 사당을 악귀들이 에워싸고 자칭 적사귀라는 자가 성령에게 유리갑을 내놓라고 협박합니다.

성령은 무공을 전혀 못하고 주자서는 무공을 쓸 수 없고 영감이 니서서 악귀들과 맞서지만... 치명상을 입고 전력을 상실합니다. 이제 죽을 일만 남았을 때... 적사귀의 칼날이 주의 가슴으로 파고 들 찰나 채찍이 거둬내며 짜잔! 고상이 등판합니다. 온공자가 버릇 없이 키우긴 했지만 무공은 제대로 가르쳤네요.

주는 발작이 멎자 연검을 뽑아서 정확히 적들의 목 경동맥을 끊으며 단숨에 죽여 버립니다. 와우! 거지 아저씨! 제법 하는데! 고상의 칭찬과 동시에 힘이 풀려서  몸이 스르륵 뒤로 넘어가는데 누군가 허리를 감싸며 잡아줍니다. 온객행이었습니다. 주자서가 역용술로 얼굴을 바꾼 것을 간파하고 가짜 얼굴 아래 숨겨진 진짜 얼굴이 심히 궁금해서 지금까지 졸졸 따라다닌 것입니다... 하지만 경호산장의 비극을 그대로 관망했습니다. 주자서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고상을 보내 구해주었습니다.

치명상을 입은 사공 영감은 죽기전 주자서의 이름을 묻습니다. 그는 주서라고 답하죠. 그러자 주서에게 성령을 오호맹의 둘째 조경에게 데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참고로 경호산장은 네째입니다.

귀곡은 세째 육태충의 단양파까지 박살을 내면서 하루아침에 두 가문이 멸문을 당합니다. 그러나 정작 유리갑은 하니도 얻지 못한 사실이 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귀곡 뿐만 아니라 다른 세력도 성령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예상한 듯...

고상은 거지 아저씨가 애물단지를 맡았다고 가감 없이 말합니다. 녀석과 같이 있으면 아저씨도 죽을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버리고 가라고 충고도 아끼지 않죠. 그것도 성령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말이죠.

성령이 발끈하자 남자는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며 주서는 말합니다. 어쨌든 그녀는 생명의 은인이니까...
날이 밝자마자 성령을 데리고 조경의 삼백산장이 있는 태호로 향합니다. 온이 놀잇배로 데려다주겠다는 것도 거절하고...

하지만 상대는 그를 놓아줄 마음이 없습니다... 이건 비밀이지만 온은 어릴 때 이미 그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계산장에 가서 그와 놀기까지 했습니다. 따라서 주서가 진짜 그 주자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온은 주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주서가 성령을 데리고 밤낮없이 걸었습니다. 마침내 마을 객잔에 도착했을 때 온객행이 부를 과시하듯 객잔을 통째로 빌려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상은 거지 아저씨가 여자라도 되냐고 따지다가 주인에게 꿀밤을 맞았습니다만... 주서는 어쩔 수 없이 온의 호의를 받아들여 객잔에 묵습니다.

이때부터 주서는 남루한 옷을 벗고 말쑥한 옷차림으로 바뀝니다. 그래도 고상의 눈에는 폐병쟁이 거지 아저씨였습니다. 성령은 무공도 못 하는 쓸모 없는 바보였고요... 그런데 넷이 모인 밥상에서 밥 먹기를 주저하자 이래서 부잣집 자식들이 싫다며 온갖 악담을 다 퍼붓고 소년에게 억지로라도 밥을 먹입니다. 아무도 너를 대신해 부모형제의 복수를 해주지 않는다는 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성령은 막내여서 아버지가 무공을 애써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생사를 다투는 무림강호에 막내만은 발들이기 싫었던 모양인데... 운명은 인간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무정한 신의 뜻만 따릅니다. 하늘은 때때로 인재를 크게 키우기 위해 극단의 시련을 내립니다. 성령도 그 시련을 정통으로 맞고 있었습니다. 주서도 얼떨결에 성령과 엮이면서... 고생길을 예약했고요.

객잔 앞에서 온과 작별인사를 하던 중... 개방의 부타주가 백여 명의 수하들을 끌고 나타납니다. 오호맹의 부탁을 받았다며 성령을 데려가려고 하는데... 주서가 허락하지 않자 살기를 드러내며 공격합니다. 온은 야외 탁자에 앉아서 호두나 까먹으며 구경을 하고요.

도대체 이 남자 왜 그럴까요?

주서의 연검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추측건데 사계산장 장주 진회장의 백의검입니다. 이참에 자세히 관찰하려고 했으나... 주서는 무기 없이 개방의 거지들과 싸우다가 내상을 입기에 이르러 성령을 데리고 공중으로 사라집니다. 도주술의 일종으로 주서 일행이 사라지자 온객행은 본색을 드러내며 개방의 부타주와 수하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죄다 죽여 버립니다. 그 덕분에 주서 일행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지만...

성령은 주숙(주서는 주숙, 온객행은 온숙으로 부름)이 다쳐서 온숙에게 단단히 삐져 있었습니다. 마침 그들이 있는 강변으로 온숙이 찾아 오자 모른 척 합니다. 그럼에도 자칭 온대선인은 성령의 옆자리에 앉습니다.

''하늘에 달구름은 흰옷과 같더니 잠깐 사이에 푸른 개로 변했구나!''
시를 한 번 읊어주시고 흥미로운 이야기 보따리를 풉니다.

''악마의 재능을 지닌 장인 용장청이 평생 3가지 역작을 만들었다고 하더군. 첫째는 대황 둘째는 용배 셋째는 백의라고 해. 과거 사계산장의 마지막 장주인 진회장은 백의검이라는 검을 들고 강호를 누볐어. 사계산장이 멸망한 후 그 명검은 종적을 감췄었지. 아서, 내가 보기에는 네 검과 백의가 상당히 닮은 것 같더군. 원래는 거지 놈들의 무공이 약해서 쉽게 처리할 줄 알았어. 그저 네가 검을 빼면 확인이나 할 생각이었는데  상상도 못했어.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검을 뽑지 않다니. 설마 거지들이 불쌍해서 못 죽인 건 아니지?''

그러면서 주서를 다정하게 '아서'라 부르며 검을 뽑지 않은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하는데... 첫째 검이 네 것이 아니거나 둘째 행적을 드러낼 상황이 아니거나...

잠자코 듣고 있던 아서는 딱 잘라 말을 하죠.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나 자신도 알지 못하오. 당신이 누구고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 난 관심이 없소.''

사실 조경에게 성령을 인계한 후 다시 여행을 떠날 생각입니다. 아서에게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지라... 온의 정체가 무엇이든 관심이 없었습니다. 유리갑은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온과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에도 누군가는 성령의 유리갑을 노리고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마귀의 음을 연주해서 사람을 살상하는  매곡진송이었습니다.

남부 최고의 살수조직 '독갈'의 사대자객 중 하나인 매곡진송은 성령을 납치하라는 독왕의 명을 받고 매복했다가 공격했으나... 임자를 잘못 만났습니다. 전직 천창의 수령은 온이 갖고 있던 옥피리를 급하게 빌려서 역공을 펼치고 매곡은 그 자리에서 크게 내상을 입고 도주합니다.

그러나 매곡진송의 연주는 제일 약했던 성령에게 내상을 입히고 맙니다. 서둘러 막았음에도 공력이 전무했으므로 당했습니다. 주서는 그런 녀석이 귀곡에 이어 개방, 독갈의 표적이 된 것에 화가 났습니다. 그러길래 아버지에게 무공을 열심히 배웠어야지,라고 꾸지람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때 온대선인이 나서서 소년을 위로합니다.

''마음에 들어서 트집을 잡는 것이다. 방금 아서가 너를 꾸짖었던 것은 널 가르치려는 것이다. 지혜롭게 굴어야지.''

그 말에 힘입어 소년은 주숙에게 사부가 되달라고 부탁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하죠.

''넌 이미 기초를 다질 최적의 시기를 놓쳤다. 네 평생을 바쳐도 최고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할 것이다.''

소년의 기대가 무참히 꺽이는 순간 온숙이 다시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아마도 그가 살아오면서 절망에 부딪칠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수없이 희망 고문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그의 인생도 수난의 연속이었으니깐... 다행히 지금은 성공했습니다.

''허튼 소리마. 네 주숙의 뜻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아서가 말한 최고의 경지는 달마조사의 장면산 검선의 정도다. 그걸 도달할 자는 몇 없어. 지금부터 열심히 내 실력 정도는 충분히 도달할거다.''

진짜 성령이 부럽네요. 온대선인같은 조언자가 있다는 것이 큰 복입니다. 물론 온객행은 경호산장의 참극을 방관했으모로 좋기만 한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소년의 편에 서서 최고의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꼬맹아, 다 너를 속이는거다. 네 사부님이 무뚝뚝하지만 마음이 여리다는 걸 알지? 매달려. 천하의 열녀도 매달리는 사내는 못 당해. 그러니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거야. 가봐.''

온은 속으로 이런 말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 나도 열심히 아서에게 매달려야지. 겉은 무뚝뚝해도 마음은 여리니까...'

결국 보리청심곡으로 환심을 산 후 삼백산장까지 동행하게 됩니다. 고작 피리 연주이나 보리청심곡은 칠규삼추정에 의한 내상까지 치유하는 까닭에 주서는 연주를 들으면 오랫만에 깊은 잠을 잤습니다.

<< 이어서>>

솔직히 이 글을 누가 읽겠어요? 그저 글로서 수다를 즐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