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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03. 매일 쓰기

오늘은 9월 23일 월요일 맑음

by 허니데이 2024. 9. 23.

나는 매 순간 우주로부터 무한한 사랑과 부의 축복을 받고 있다! 나는 항상 내게 주어진 행운들에 감사한다!

오늘 문을 열었다. 휴무일을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바꿨기 때문이다. 건너편 중국집이 화요일에 쉬는 것이 나와는 무슨 상관일까 여겨지지만... 주위 어른들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내게 월이나 화나 쉬는 데는 별반 차이가 없어서 그 의견을 수용했다.
불경기가 피부로 확 다가오는 요즘 잘되는 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의욕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다만 날씨가 덥지 않아서 좋다. 장사도 안 되는데 날씨마저 더웠던 여름이 지나니 이렇게 기쁠 수 없다.

어제저녁에 퇴근 후 고양이 밥그릇을 보니 비어 있었다. 그때 맞다는 듯 어디선가 야옹거리는 소리가 났다. 밥그릇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니 닌자들처럼 현관문으로 이웃 냥이들이 서너 마리 엿보는 게 아닌가. 다들 한 가족인지 검정 카오스 무늬다. 그리 예쁜 모색은 아니지만 매력 있다. 성격은 다들 왕소심쟁이다.

예전에 미용실에 살던 회색 고양이가 있었다. 품종묘였는데 내가 지나갈 때마다 유리창 너머로 손짓하며 불러 세우고 놀자고 했다. 고양이랑 노는 것은 애기랑 노는 것과 비슷하다. 유치하지만 재미있었다. 이름은 잊었지만 러시안블루의 새침한 외모 뒤에 그런 똥꼬 발랄함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암튼 너무 귀여웠는데... 지나고 나니 더 많이 놀아줄 걸 후회스럽다.  

시간이 지나간다. 나는 늘 고민걱정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 보니 소중한 관계들을 놓쳤다. 그중 그 예쁜 회색 고양이도 있다. 마당 냥이 들은 닌자처럼 은신술에 능해서 친해질 기회가 없다. 그래도 밥그릇을 씻고 물과 사료를 채운다. 밤이면 창문 아래서 오독오독 먹는 소리가 난다. 그러면 길동이가 생각난다. 늘 맛있다고 소릴 내며 밥 한 그릇을 비우던 내 고양이였다. 산다는 게 뭔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가을이 오는 건가 보다. 감정이 물빛처럼 그윽해지니...

핀터레스트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