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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03. 매일 쓰기

오늘은 7월 6일 토요일, 흐림

by 허니데이 2024. 7. 6.

나는 우주의 무한한 사랑과 부의 축복을 받고 있다.

우주는 나를 사랑한다.
우주는 내게 좋은 것만 준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해무가 잔뜩 끼었다. 거리가 하얗게 안개로 휩싸였다. 비 오는 날의 정취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안개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다른 세계로 가는 비밀의 문이 열릴 것만 같은 환상을 비춘다.

어제는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었다. 제목은 천뢰일부지춘화추월. 조로사와 리홍이 주연의 증국무협 드라마 원작이다.

드라마 자체는 잘 만든 느낌이 들지 않는다... 빡빡한 예산으로 시간에 쫓기듯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면 눈을 떼지 못한다. 조로사가 귀엽게 나오고 리홍이 진짜 멋지게 나온다.

원작에서 여주인공 뇌뢰는 천뢰문이라는 게임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으로 고대 중국 무림의 세계로  천월(타임슬립)한다. 그러나 뇌뢰가 들어간 몸이... 하필이면 상관추월의 여동생 상관춘화였다.

춘화는 열아홉 살 어여쁜 아가씨였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낯선 시골 마을로 들어와 머물다가 어느 날 절벽에 몸을 던져 자살을 했다. 때마침 마을 사람이 발견해서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뇌뢰는 이름이 춘화라는 것 밖에 모르는 몸을 이끌고 마을을 나왔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길로 정처 없이 헤매던 중에 백승산장의 장주 소백을 만나게 된 것이다. 운명처럼!

소백은 소소봉명도의 계승자로, 무림 정도를 대표하는  명문세가 백승산장의 젊고 잘생긴 장주였다. 뇌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절세미남에게 빌붙기로 작정하고 눈물을 짜내며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호소하며 동정을 구걸하는데... 이 방법이 먹힌다.

심성이 착했던 소백은 기억상실에 걸려서 갈 곳이 없는 이 처자를 백승산장으로 데려와 살게 한다. 그러나... 상관추월이 나타나 그녀를 천월동으로 납치해 간다.

상관추월은 마교 천월동의 동주로 춘화의 오빠였다. 소백도 잘 생겼지만 이 남자는 훨씬 잘 생겼다. 하얀 옷을 입고 달빛 아래 서면 인간계로 구경 나온 아름답고 고혹한 신선이었다. 하지만... 수려한 외모는 눈가림용이다. 그는 뼛속까지 악마였다.

초절 미남 요괴 변태 오빠의 진면목을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뇌뢰의 눈앞에서 서슴없이 살인을 했기 때문이다. 그게 일상인 듯...

춘화는 그런 오빠를 위해 백승산장의 보물 심법을 훔치려고 천월동을 떠났다가 변고를 당했다.

뇌뢰는 추월 오라버니에게 하루라도 벗어나기 위해서 거짓으로라도 소백의 심법을 훔쳐 오겠다고 약조하고 마침내... 백승산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마교의 통일을 위해 전기곡을 굴복시키는 수단으로 심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 핑계였다.
추월은 아름다운 미모와 더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뛰어난 무공과 무한대에 가까운 체력과 지력에 이어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심력을 갖춘 인재였다. 그에게 없는 것은 양심뿐... 그의 수단이 무한하고 악랄하고 잔혹한 이유였다.

뇌뢰를 끊임없이 닦달하며 심법을 가져오라고 한 것은  소백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다.

전기곡의 곡주 부루를 죽이고 마교를 통일하는데 심법은 필요치 않았다. 정도를 자처하는 무림을 움직였을 뿐이다.

그에게 무림을 평정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불로불생의 명약 장생과로 천하를 홀리자 무림 정파 사이에서 그것을 갖기 위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서로 죽이는데 뒷짐 지고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때가 오긴 했다. 무림 맹주와 최고 문파 수장들을 죄다 쓸어버릴 최고의 기회! 그러나 스스로 포기했다. 뇌뢰 때문에!

추월은 그녀의 이름이 춘화가 아니라 화소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소뢰는 소백과 혼례를 올린 신부였다. 그러나 첫날밤 소백은 급한 일 때문에 신부의 얼굴도 못 보고 집을 떠났고 그날 신방에 큰 불이 났다. 다음 날 신부는 재로 발견되었다.

그랬는데... 그녀가 살아 돌아왔다. 기억을 전부 잃은 채... 추월은 소백을 괴롭힐 수단으로 다시 소뢰를 이용하기로 했다. 남매라는 설정은 춘화의 오해에서 나왔다. 춘화추월하시료!

이름 때문에 그녀가 오해했지만 추월은 그걸 받아주면서 남매가 되었다. 그 후 여동생을 놀리는 맛에 재미를 들이면서 점점 그녀가 없는 시간들이 무료해지고 외로워졌다. 소백과 같이 있는 걸 보니 질투가 생겼다. 결국 그녀를 곁에 두려고 독을 먹였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하늘은 마교가 무림의 맹주가 되는 것을 두려웠던 까닭에... 뇌뢰의 몸속 독이 그때 발현된 것이다.

그가 포기한 것은 무림의 맹주뿐 아니라 무공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뇌뢰에 대한 마음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라서 미련 없이 그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나는 드라마에서는 못 본 것을 원작에서 찾을 때 기쁨을 느낀다. 추월이 춘화를 만나기 위해 비밀 장소에서 기다리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그는 기이하게도 하루나 이틀 전에 와서 기다린다.

오늘 이 글을 쓰다 보니 하루가 저물었다.

핀터레스트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