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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07. 자기 계발

오후의 글쓰기 : 김은경

by 허니데이 2022. 3. 31.

오후의 글쓰기

글쓰기는 글쓰기로 밖에 배울 수 없습니다.

제 말이 아니라 저자의 말입니다. 그럼 저자의 글쓰기 비법을 알아 보겠습니다.

1. 매일 쓰세요.

쓰고 싶으신가요? 잘 쓰고 싶으신가요?
좋습니다. 그러세요? 그렇다면 써야죠. 잘 쓰지는 말고요 일단 쓰자고요.

어떻게요?

출근하듯, 밥 짓듯.

글쓰기를 그냥 '일을 한다'라고 생각해보세요. 대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올해 안에 한 쪽도 쓰지 못합니다.
저는 식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식탁 위의 그릇을 치우고 식탁을 행주로 깨끗이 닦아냅니다. 반찬통의 뚜껑을 닫고 냉장고를 열고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그릇과 냄비를 모두 모아 설거지를 하고, 때론 행주를 깨끗이 삶기도 하고 싱크대도 물기 없이 닦아놓지요.
'오늘은 영감이 오지 않아서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지 못하겠어. 설거지도 오늘은 불가능해'라며 어제까지 매일 하던 일을 할 수 없다고 버티는 날은 없습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쌓아둔 그릇을 영감이 떠오른 어느 날 한꺼번에 다 닦아도 괜찮은 걸까요? 글쓰기와 설거지를 비교하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묻고 싶겠지만 몇 년간 매일 해보니 설거지와 글쓰기가 상당히 유사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 식사 준비하는 일과 같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어떤 날은 미역국의 간이 제법 잘 맞춰져 밥이 술술 들어가기도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그 쉬운 계란말이를 태울 수도 있지요. 마찬가지로 그날따라  글이 재미있게 술술 잘 써지기도 하고 영 아니다 싶게 다 지워버리고 싶은 글일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내일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내는 듯 어제의 맛없는 계란말이는 잊고 익숙한 솜씨로 주먹밥을 굴러 내거나 계란찜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어제의 별로인 글은 그것으로 끝. 오늘의 나는 오늘의 글을 또 씁니다. 이 시간이 쌓이고 이 글들이 모여야 비로소  '글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2. 베껴 쓰세요.

쓸 주제가 없다고요? 그땐 베껴 쓰세요.

쓰려고 앉을 때마다 쓸거리가 이것저것 떠오른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여간해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직 우리의 뇌가 '쓰는 뇌'가 되지 않은 탓이고, 종일 먹고 사느라 써버린 에너지만으로도 뇌는 이미 충분히 피곤한 상태거든요. 그래서 글감이 쉬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들 그렇듯 나도 마구 떠오르는 영감을 토해내듯 쓸 가능성은 없다고 칩시다. 그럼에도 뭔가를 좀 쓰고 싶고 뭐라도 당장 써야 할 것 같다면 출발을 베껴 쓰기입니다. 내 생각이 전혀 담기지 않은 누군가의 글을 그대로 베껴서라도 쓰기 시작하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 내 생각이 담긴 글이 따라 나오게 됩니다.

3. 지극히 사소한 일을 쓰세요.

뭐든 글의 소재가 됩니다. 무엇이든 쓰세요.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쓰세요.

읽었던 책에 나온 단 한 문장에 대해, 오늘 입고 나간 버버리 코트와 여자 다섯 명과 마주쳤던 일에 대해, 어젯밤 수영 수업에서도 도저히 잠옷이 아니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영 팬티를 입고 나타난 할아버지에 대해, 점심에 먹은 닭가슴살 샌드위치, 친구가 보낸 뭔가 좀 찝찝한 기분이 들게 하는 카톡, 오늘 밤에 보려고 기다리고 있던 오디션 프로그램.
뭐든 지금의 내게 가장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이렇게 사소한 일들을 글로 옮기다 보면 사소했던 아이디어들을 누군가의 머리와 마음을 울리는 진한 글이 되고, 글들이 모여 메시지의 색깔이 또렷해지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쓴느 사람이 됩니다. 누군가에게 읽힐 만한 쓸모 있는 글, 누군가가 찾아와 읽고 싶은 글, 누구가를 기다리게 만드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