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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03. 매일 쓰기

[중드] 십이담, 류이호와 구리나자 주연

by 허니데이 2022. 8. 7.
출처 핀터레스트


십이담

이 여름 어떻게 보내세요? 제가 사는 곳은 바다가 가까이 있다 보니 시원한 편이죠. 그래도 쨍쨍하게 내리쬐는 여름 햇살은 살인적이라서 집에서 지냅니다. 그러다 보니 또 중드를 보게 되네요.

이번에 완주한 드라마는 류이호와 구리나자 주연의 십이담입니다. 일찍이 넷플릭스에서 추천했지만 고장극만 고집했던 까닭에 지금에야 봅니다.

그럼 수다 좀 떨까요?

십이담은 민국시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요괴와 인간 간의 얽히고설킨 인연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부질없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실타래 풀리듯 이어집니다.

여기서 잠깐 민국시대에 대해 언급하고 시작하죠. 중국의 마지막 왕조 청조가 신해혁명으로 망하고 그 뒤를 이어 민주공화국 중화민국이 건국됩니다. 대략 1910부터 1940년까지로, 중국 대륙을 통치하게 된 중화민국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함에 따라 당시 상하이는 국제도시로 눈부신 발전을 누립니다. 따라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대개 옷이 아름답습니다. 저의 개인적 취향이지만 십이담에서 눈여겨볼 것은 아름다운 의상입니다. 단, CG와 특수분장은 기대하지 마시길! 스토리에 집중하세요.

첫 화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어 아가씨 샤오위와 단정한 도련님 바이위수의 사랑 이야기로 문을 여네요.

귀하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 바이위수는 안타깝게도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바이 운송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지할 데 없는 혼자 몸으로 큰 사업체를 운영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게다가 바이진강이라는 권력 실세가 그의 사업장을 노려서 매일 부두 깡패들을 보내는 바람에 괴로운 나날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아가씨가 허락도 없이 집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때 마침 불량배들도 들이닥쳐서 얼른 사업장을 팔라며 온갖 패악을 부리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처음 본 아가씨는 다짜고짜 나서서 그들과 싸우려고 덤벼들고 수십 명이나 되는 불량배들도 살기등등해서 맞붙으려고 하니 바이위수는 그 중간에서 말리기 급급했죠. 적어도 연약한 아가씨가 해코지당할까 봐 싸움을 말렸지만 오히려 불량배들에게 기만 살리는 꼴이 되어 얻어터집니다. 그걸 본 샤오위는 앞뒤 잴 것 없이 무공으로 깡패들을 다 때려잡아서 집 밖으로 내쫓아 버립니다. 늘 당하기만 했던 도련님으로서는 무척 통쾌한 일이었습니다. 그 일로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죠.

하지만 샤오위가 인간계 그것도 상하이에 살겠다는 말에 오빠는 대경실색하며 극구 말립니다. 왜냐면 상하이에는 요괴를 사냥해서 그 내단으로 수행하는 대요괴 진싱젠이 살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결혼까지 하겠다니 허락할 수 없었죠.

인간과 요괴는 운명이 달라서 같이 할 수 없을뿐더러 끝이 좋지 않다고 거듭 타이르고 가둬도 보지만 샤오위는 바이위수에게로 돌아갑니다.

한편 바이는 그녀를 크리스틴 양복점으로 데려갑니다. 예칭춘이 운영하는 크리스틴 양복점은 상하이에서 제일 예쁘게 옷을 만들기로 유명한 데다 예 사장과는 일찍이 호형호제하던 사이라서 당연히 그녀에게 제일 예쁜 결혼 예복을 선물하기 위해 데려간 것인데... 그 옆이 진싱젠이 운영하는 화웨자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거죠.

요괴의 냄새를 맡고 진싱젠은 크리스틴 양복점으로 들어옵니다. 예 사장은 진형이라 부르며 무척 반가워하며 바이와 샤오위 커플에게 소개까지 하는데 이 예의 바르고 점잖고 우아한  남자가 진싱젠이라니 샤오위는 잔뜩 겁을 먹지만 태연한 척하죠. 그때 진싱젠은 말합니다.

만약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주저하지 말고 자신에게로 오라고요.

진싱젠은 중국 전역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금석의 대가로, 상류사회 인맥을 두루 꿰고 있으며 재력과 명망을 갖춘 저명인사였으므로 그의 말이 바이와 예사장에게는 감명을 주었지만 샤오위에게는 섬뜩했을 것입니다. 그건 일종의 예언이었으니깐요.

이미 그는 예감하고 있었죠. 요괴가 인간과 얽히면 좋은 결말은 없다는 것을. 조용히 뒷짐 지며 자리를 뜨지만... 렌쉬안은 달랐습니다.

인간계로 흘러 들어오는 요괴는 무조건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이 젊고 기백 넘치며 강직하며 단순하기까지 한, 법사는 샤오위를 보자마자 바로 죽이려 들죠. 다행히 위기의 순간 렌을 따라다니는 여자 요괴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지지만 다음 액운은 벗어나지 못하죠.

바이진강의 수하들이 집으로 찾아와 다시 깡패 짓거리를 하자 샤오위는 그들을 혼내주는데 그날만큼은 결과가 달랐습니다. 총을 맞은 것이죠.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던 사이 그녀의 오빠가 구해주고 그 바람에 요괴라는 사실을 들킵니다. 그러나 바이는 요괴라도 상관없다며 결혼하겠다고 맹세함에 따라 샤오위는 오빠를 따라 요괴계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진싱젠에게 데려가도록 요청을 하죠.

진은 기다렸다는 듯 느긋하게  샤오위 일행을 맞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살려 주는 대신 내단 반쪽을 요구하죠. 내단 반쪽을 주면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물고기 원형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바이는 그런 그녀라도 평생 곁에 머물며 지켜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로서 거래가 성사되죠. 이럴 땐 정말 비정한 진 선생입니다.

그 후 바이는 샤오위를 담은 어항과 함께 상하이를 떠나 유학길에 오릅니다. 부디 행복하길...

한편 내단 반쪽을 들고 진싱젠은 지하 밀실로 향합니다. 거대한 지하 궁전, 아니 고대 왕실의 무덤처럼 보이는 그곳에는 흰옷을 여인이 옥침상에 누워 있습니다. 그녀가 바로 예밍입니다. 진싱젠이 지난 천 년간 사랑한 여자죠.

십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예밍은 내상을 입고 내력을 잃자 깊은 잠에 빠졌죠. 그런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요괴의 내단이 필요했던 것이고요. 마침내 내단 반쪽이 그녀의 몸으로 들어가자 눈을 뜹니다.

그에게는 가장 기쁜 순간이지만 예밍은 그를 못 알아보고 누구냐고 경계를 합니다.

돌멩이야,라고 말하자 그녀는 그럴 리 없다고 하죠. 왜냐면 그녀의 기억은 진이 일부만 남기고 지웠기 때문입니다.

천 년 전 처음 그를 만났을 당시 작고 귀여운 꼬맹이였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소년이 갑자기 그녀의 집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이죠. 그녀의 기억은 그때로 고정되어 있었으므로 다 큰 남자가 돌멩이라고 하자 믿을 수 없었죠. 하지만 진은 그녀가 10년 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지금까지 잠들어 있어서 기억이 안 날 수 있다고 안심을 시키죠. 그리고 자신은 여와의 돌이라 그때도 마음만 먹으면 어른이 될 수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진은 여와의 돌로서, 단순한 요괴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신격을 가진 존재로, 일찍이 그녀가 우주의 별이었을 때부터 주욱 지켜봤고 지상으로 내려와 요괴가 되었을 때부터 지켜주고 있었죠. 다만, 그의 모습을 천 년 전에 드러냈을 뿐인데 당시 귀여운 소년이 아닌 어른 남자였더라면 어땠을까 후회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위사우바이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렌쉬안은 애벌레 요괴 샤오칭의 장난으로 살인 누명을 쓰고 화쉐자이로 피신합니다. 그때 요괴의 냄새를 맡고 예밍이 깨어난 것을 알게 되죠. 10년 전 위사우바이를 봉인한 그림을 잃어버려서 진에게  호되게 절교당했지만 진이 잠들어 있던 예밍을 깨운 것에 크게 화를 내죠. 그 결과 쫓겨납니다.

예밍은 궁전 같은 지하 밀실에서 먹고 자며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진싱젠에게 바깥 구경을 하고 싶다고 졸랐지만 아직 몸이 덜 나았다면 결계까지 치고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  꿈에 위사우바이가 나타납니다.

위는 남편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진이 질투해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절대 진을 믿지 말라고 경고하죠. 예밍은 그럴 리 없다며 진을 감쌉니다. 하지만 위는 반박합니다. 그를 동생으로 생각하지만 그는 절대로, 단 한 번도 그녀를 누나로 생각한 적 없다며 우리의 사랑을 무참히 갈라놓고 그 사실을 숨기려고 그녀의 기억을 지웠다고 말합니다. 지금 자신은 족자 그림에 갇혀 있으니 구해달라고 합니다.

예밍은 위의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진의 행동도 의심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위사우바이가 누구냐고 묻자 '안 중요한 사람이다.'라며 정색합니다. 뭔가 감추는 태도입니다. 그즈음 진은 베이핑으로 출장을 가고 대신 렌이 그녀를 돌보게 되죠.

렌이 예밍에게 적의와 살의를 갖고 있더라도 그녀를 돌봐줄 적임자는 그뿐이라서 부탁하고 가죠. 그렇게 그녀의 삼시 세 끼를 챙기는 동안 렌쉬안은 예밍에게 해서는 안될 말실수를 연발하죠. 그 예로 위사우바이를 아느냐는 질문에 렌은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줌마가 아냐며 되묻고 혼잣말로 '아니야, 분명 내 눈으로 진이 기억을 지우는 것을 봤다'라고 말하죠. 바보!

렌의 말실수는 예밍과 진의 신뢰를 깨뜨립니다. 하지만 렌쉬안은 그녀에게 진을 믿어야 한다고 충고하죠. 그가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오직 그녀를 위해서 한 것이라고 믿어 달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나 이미 예밍은 위도 진도 믿을 수 없게 되었죠.

그즈음 진은 기차에서 예 사장의 동생 예리나를 우연히 만나  동석하게 됩니다. 예리나는 진을 흠모한 나머지 핑계를 만들어 그를 좇아온 것입니다. 그런 그녀의 귀여운 계략을 모를 리 없지만 살짝 눈 감아주죠. 왜냐면 그는 신격을 가진 여와의 돌이라서 인간이든 요괴든 연민의 눈으로 보기 때문인데, 인간의 눈에는 그냥 무심하게 보이며 요괴의 눈에는 두렵게 보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렌쉬안의 시각에서는 오직 예밍만 보는 못 말리는 사랑꾼이고요.

사실 그가 애써 자신의 원형이자 본물인 인장을 찾아서 베이핑으로 가는 이유도 예밍과 관련 있습니다. 그는 여덟 개의 인장에 자신의 힘이 있습니다. 따라서 예밍을 보호하기 위해 흩어져 있던 인장이 필요해진 것이죠. 그러나 막상 집으로 돌아온 후 예밍과 끊임없이 갈등하게 됩니다.

예밍은 진의 과보호를 이해하지 못하고 매일 자신을 풀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그때마다 진은 외면하지만 그럴수록 예밍은 괴로워하죠. 그때 흰쥐가 도와줍니다.

흰쥐는 십 년 전 진이 예밍을 화쉐자이로 데리고 들어올 때 따라 들어온 작은 요괴였습니다. 예밍이 대요괴에게 잡혔다고 오해한 결과지만 그녀가 한층 불행해진 모습에 구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진의 친구 패륵에게 접근해서 도움을 청합니다.

패륵은 밤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예쁜 소녀에게 정이 들면서 결국 그녀를 도와 예밍이라는 보도 듣도 못한 여자를, 그것도 진싱젠이 지하 감옥에 십 년씩이나 가둬놓았다는 여자를 위해 발 벗고 돕게 됩니다.  진 역시 그들의 수가 뻔히 보이지만 예밍을 풀어주기로 마음먹고 속아주죠.

하지만 요괴와 인간은 운명이 달라서 같이 할 수 없다는 진리를 증명하듯 우연히 들린 렌쉬안의 공격으로 흰쥐가 죽죠. 패륵은 그 사실에 비통해하며 밤새 통곡하지만 다음 날 거리에서 잠든 자신을 발견하고 의아해합니다.

진은 패륵에게 괜찮냐면 묻는데 그는 단지 누구랑 술을 마셨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죠. 그제야 흰쥐가 그의 기억을 지웠음을 알아차립니다. 결국 흰쥐를 기억하는 자들만이 고통스러울 뿐이죠.

예밍이 결계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자 렌쉬안을 분통을 터트리죠. 하지만 흰쥐를 죽였다는 이유로 진에게 혼나고 그를 좇았다니며 사사건건 참견해대는 요괴이자 여자 친구 샤오칭에게도 혼나서 맘대로 성질도 못 부리는 상황입니다. 다만 진이 시키는 대로 예밍을 미행하며 그녀를 지키는 경호를 수행하게 됩니다. 샤오칭과 함께.

정작 예밍 본인은 렌의 감시를 끔찍이 싫어하지만 흰쥐를 죽였다는 이유 외에도 진이 가장 우려했던 그것, 위사우바이를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위는 예밍이 무사히 자기에게로 오도록 인칭을 이용합니다. 인칭은 흡혈박쥐족이지만 예밍의 룸메이트 샤오타오와 사귀고 있는 남자입니다.

샤오타오는 항저우 출신의 클럽 여가수인데 예밍이 집에서 나온 첫날 갈 곳 없다던 그녀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와 하룻밤을 재워주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예밍과 살게 됩니다. 게다가 클럽 가수로 일하도록 도와주기까지 하죠.

렌은 진에게 예밍이 술집에서 일한다고 투덜거리지만 진은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죠. 그가 아는 그녀는 춤추고 노래하며 노는 걸 좋아했으므로 그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에 흡족해하죠. 의외로 쿨한 아저씨!

그러나 인칭이 샤오타오와의 친분을 이용해서 예밍을 납치함에 따라 그의 평온도 사라지죠.

후일담이지만, 예리나가 진싱젠에게 묻습니다. 어째서 그때 예밍을 풀어주었냐고요. 그가 답합니다.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 있지만 사랑이 없으면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죠... 번화하고 북적거리는 세상을 좋아하는데 힘들게 지내는 걸 어떻게 보고만 있어요? 천년 동안 사랑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것도 사랑이라 벗어날 수가 없죠.''

돌멩이 신다운 표현입니다. 격정 하나 없어도 부럽기 그지없는 사랑입니다. 예밍은 참 복도 많아요. 그걸 몰라주니 답답하긴 하더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자료는 핀터레스트에서 퍼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