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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03. 매일 쓰기

바르도 퇴돌, 티벳 사자의 서를 읽으며

by 허니데이 2022. 3. 25.

바르도 퇴돌, 티벳 사자의 서
죽음의 순간에 단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해탈에 이른다는 티벳 최고의 경전

파드마삼바바 지음
라마 카지 다와삼둡 번역
에반스 웬츠 편집
류시화 옮김



티벳 사자의 서는 죽은 자를 위한 책입니다. 지금도 티벳에서는 장례식에서 승려들이 죽은 자를 위해 읽어주는 법문입니다. 이승에서 저승 사이 영혼이 바르도에서 머무는 49일간 사후세계로의 안전한 귀향을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바르도Bardo는 '사이Bar'와 '둘do'을 뜻합니다. 두 상태 사이, 죽음과 환생 사이. 사자의 사후생을 시작하기 전 단계입니다.

바르도 되톨의 원제를 가진 티벳 사자의 서는 죽음의 순간에 단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해탈의 이른다는 뜻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죽은 자를 위한, 장례식에 잠깐 사용될 목적으로 쓰인 게 아닙니다.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산 자들을 위한 죽음의 입문서입니다.

제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집트 사자의 서에서 시작됩니다. 다른 책에 인용된 이집트 사자의 서 서문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잊혀졌지만 언젠가는 꼭 읽겠다는 다짐을 갖었습니다. 그리고 티벳 사자의 서를 서점에서 먼저 발견했습니다. 한창 독서에 흥미를 가졌던 십대였을 때. 글을 읽는다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이후 불교 관련 책들은 손에 대지 않았습니다.

화엄경, 법구경, 천수경, 반야심경 등. 우리나라 불교 승려님들은 왜 책을 안 쓰는 지 모르겠습니다. 고작 에세이로 유명세를 떨칠 뿐, 불자들에게는 관세음보살이나 외라고 가르치며 기복신앙에 열중케 합니다. 저는 따로 신봉하는 종교는 없습니다만 불교의 가르침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영성과 초능력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을 신비학 또는 형이상학, 뉴에이지, 영성학 등으로 부릅니다.

티벳 사저의 서는 고대 티벳 불교의 진수가 담겼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파드마 삼바바는 티벳이란 야만성 가득한 나라를 자비로운 불교국으로 만든 신비로운 성자입니다. 티벳은 원래 정복 국가였습니다. 부족한 자원을 가진 나라일수록 군사력을 길러 주변국을 침탈해서 필요한 것을 도적질해가며 경제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파드마삼바바라는 위대한 인도인 스승이 티벳의 왕의 초청으로 티벳에 와서 불교를 전파하면서 티벳은 정복의 길을 버리고 불교의 길을 걷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파드마삼바바는 이 책을 저술한 뒤 아직 세상에 알려질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깊은 설산 동굴에 숨겼습니다. 자신의 제자가 환생해서 찾도록 주술을 걸고 입적했다고 합니다.

티벳 사자의 서가 지니는 가치는 그것을 해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3분의 1이 편집자 에바스 웬츠의 서문과 해설입니다. 그리고 칼 융의 해설도 꼭 읽어야 합니다.

산 자를 위한 죽음의 입문서로서 윤회설을 바탕으로 한 이 티벳 사저의 서는 생이 일회성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기까지 계속 반복되므로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통찰을 주는 게 목적입니다.

저는 아직 반만 읽었는데 이 글을 씁니다. 첫째 바르도, 둘째 바르도. 영혼의 여행이란 책이 생각납니다. 몇 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진 책인데 저자는 환자들의 전생을 최면으로 추적해가던 중에 영혼들이 거치는 과정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책으로 엮게 되죠. 그 내용과 사뭇 비슷합니다.

오래된 영혼은 영적 안내자의 도움 없이도 자신이 알아서 사후의 세계로 찾아갑니다. 일직선을 통한 빛으로 곧장 가죠. 하지만 어리거나 어리석은 영혼은 영적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서 사후 세계로 천천히 이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나온 삶을 회상하고 반성합니다. 자신이 살았던 지난 생과 함께 살펴봅니다. 영적 스승의 가르침도 받습니다. 그 후 다음 생을 준비합니다. 사후 세계의 또 다른 삶을 택할 것인지 지구로 되돌아갈 것인지 결정합니다.

초탈에 대한 것은 최면을 통한 정보에서는 얻기 어렵습니다. 윤회로부터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길은 경전에서만큼 분명하지 않습니다.

바르로 되톨. 해탈에 이르는 길을 설명하고 있다고 원제에 담고 있습니다. 제가 얼마나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적어도 죽으면 아, 이 길이 이 길이구나 정도 알 수 있을려나 싶지만, 마저 읽어나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