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협 드라마, 장야 1
오랜만에 본 중국 무협 드라마, 장야 시즌1 입니다. 재밌다고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중드는 한번 빠지면 현생의 일부를 반납할 만큼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장야 역시 61회, 한 회당 넉넉잡아서 한 시간이라고 치면 61시간, 다음 시즌까지 고려한다면 100시간, 하루에 우리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간을 길게 잡아 5시간이라면 20일이 걸립니다. 작심하고 10시간을 투자해도 10일이 걸리니 드라마 폐인이 됩니다. 조심하세요.
드라마는 한국이라지만 저는 무협물, 특히 선협물을 좋아해서 중국 드라마를 봅니다. 다 뻥이라는 것을 알지만, 환타지를 좋아하는 취향이라서 하늘을 붕붕 날고 땅을 쪼개고 번개를 일으키고 집이든 산이든 날리고 비와 바람을 부리며 선계와 천계를 넘나들며 지계와 마계를 쥐락펴락하는 선협물을 주로 봅니다.
하지만 장야는 선협물은 아닙니다. 신선이 나오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환타지 무협으로, 고대 중원을 배경으로 당국이라는 중심국과 연국, 대하국, 금장왕정 등의 주변국 그리고 북방에 위치한 황인족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영결은 당국 사람으로, 변방 외성을 지키는 군졸입니다. 나이는 열일곱으로 추정, 어릴 때 불우한 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떠돌던 중 여자아기를 주워서 기르게 되면서 외성에 정착합니다. 그 여자아기가 상상입니다. 상상은 영결의 시녀로 영결에게는 유일한 가족이자 먹여 살려야 할 부양자입니다. 따라서 마적단을 소탕하는 극한의 직업을 고른 이유입니다.
짧은 말총 머리에 가죽 옷을 입고 세 자루의 칼을 등뒤에 삼지창처럼 메고 있는 키가 크고 날렵한 몸에 단호하면서도 영리한 얼굴을 가진 소년 영결은 꿈이 있었습니다. 서원의 제자가 되어 수행자가 되는 것 입니다. 마침 운좋게도 영결은 서원의 제자를 뽑는 시험에 응시 자격을 얻습니다.
그즈음 금장왕정에 시집간 당국 공주 이어는 남편인 왕이 죽자 그 측근들에 의해 순장될 위기에 놓이자 금장왕정을 탈출해서 외성에 옵니다. 당국의 공주라는 신분을 내세워 외성의 장군에게 도성까지 갈 수 있는 병력과 길잡이를 요구하고 마장군은 마침 서원의 시험을 치르러가야하는 영결에게 길잡이역을 맡깁니다. 그러나 이어 공주는 영결이 어리다는 이유는 미더워하지 않지만 도성으로 가는 도중 살수대를 만나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영결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하자 그를 신뢰하게 됩니다. 사뭇 좋은 감정이 싹트지만 영결은 도성에 도착하자 공주의 경제적 도움을 거절하고 상상과 떠납니다.
막상 도성에 살기 시작한 첫 날, 외성과 달리 비싼 물가로 영결과 상상은 제대로 된 숙소를 잡지 못하고 노숙을 합니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낸 뒤 상상은 묘안을 짜냅니다. 도련님인 영결의 글솜씨를 이용해서 글씨를 파는 가게를 연 것입니다. 노필재라는 이름의 이 가게는 어룡방 소유입니다. 그걸 알리 없는 영결에게 어느 날 가게 주인인 조소수라는 칼을 품에 안은 남자가 찾아옵니다.
조소수는 어룡방의 2인자로, 곧 있을 싸움에 조수가 필요하다며 영결에게 그 일을 부탁하고 거부하기 힘든 액수도 제시합니다.
결전의 날, 영결은 몰랐지만, 어룡방은 도성의 경제적 이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반대파 친왕 세력에 도전을 받아 어룡방이 사라질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죠. 조소수는 검객으로 상대편 염사를 상대로 목숨을 건 대결을 하고 이때 영결은 자신이 그토록 되고자했던 수행자들의 힘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수행자는 이 세계의 신, 호천에게 선택받은 사람으로 도를 닦아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힘을 가집니다. 따라서 영결이 검술에 능하더라도 수행자에게는 맥도 못 추고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 사건입니다.
상대방 염사는 동현의 경지에 이른 수행자로 조소수와 영결을 가뿐히 굴복시키고 목숨을 가져가려는 순간 뜻하지 않는 구원병이 나타나 그를 단번에 쓰러뜨립니다. 안슬대사이죠. 안슬대사는 부사로 신의 경지에 이른 인물인데 후일 영결의 스승이 됩니다. 어쨌든 살아남았으니 승!
영결은 이 사건을 통해 어룡방의 작은 형님을 비롯 다른 형님들과도 친해지는데 무엇보다 큰 형님의 눈에 들게 되죠. 누구냐고요? 당국의 왕입니다. 당왕은 어룡방을 조직해서 그 운영을 조소수에게 맡긴 것입니다. 어룡방은 권력자들의 횡포를 막고 힘 없고 가난한 백성들을 직접적으로 돕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니, 당왕의 어질고 현명한 성품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 조소수는 어룡방을 다른 형제들에게 맡기고 수행을 떠납니다. 영결에게는 많은 은자를 남기죠. 덕분에 영결과 상상의 삶은 궁핍에서 벗어나죠. 드디어 평온한 일상입니다. 영결은 서원의 제자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릅니다. 결과는 합격. 이어 공주가 대단히 좋아하죠.
이어 공주에게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이 남동생을 차기 당왕으로 올리는 게 그녀의 꿈입니다. 그러나 당왕에게는 황후가 낳은 아들이 있습니다. 비록 어리지만 당왕이 마음만 먹는다면 태자로 황후의 아들을 내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녀의 꿈은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어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인재에 관심을 보입니다. 바로 영결. 어찌보면 공주의 혜안이 깊습니다.
영결이 서원 제자가 되어 첫 수업을 받습니다. 도성은 물론 당국에서 내노라는 인재 중의 인재들이 죄다 모였고 집안 역시 훌륭합니다. 그에 비해 영결은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습니다. 외성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마적단들이 그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고 도망친들, 서원 교실에서 황자를 비롯 귀족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 그의 존재는 뭐랄까 하찮은 평민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그가 두각을 드러낼 수 없는 환경에서 기회가 찾아옵니다. 서원의 이층루 제자가 되는 시험이죠.
서원 이층루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부자의 직계 제자가 됨을 의미합니다. 부자의 직계 제자들은 부자의 가르침을 직접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세상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데다 온나라가 떠받듭니다.
하지만 영결에게는 이층루에 들어가야할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세속의 성공과 명예가 아니라,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가 그토록 허망하게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배후를 알게 됨에 따라, 부자의 제자가 되어서 힘을 기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4년 전 서릉에서 광명전 대신관 위광명은 호천의 예언을 받습니다. 명왕의 자식이 당국에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명왕의 자식은 후일 명왕이 부활할 때 쓰이는 그릇이며 명왕이 부활하며 세상을 멸망시킬 영원한 밤, 영야가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예언을 받은 위광명은 사람을 시켜서 당국의 어느 장군집을 몰살시킵니다. 천계 원년에 벌어진 사건이죠. 선위 장군 임광원은 황후의 오빠이자 북진대장군 하후에게 누명을 쓰고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하후는 그 길로 곧장 장군의 집으로 쳐들어가서 식솔은 물론 하인들까지 죄다 죽입니다. 영결은 장군부 문지기의 아들로 운좋게 살아나지만 이후의 삶은 비참합니다.
상상과 더불어 살아남기에 안간힘 썼던 지난 날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영결은 복수를 해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영결을 상상은 늘 격려해주죠. 무모한 짓거리는 좀 말려도 되는데 말입니다.
이층루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 호천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수행자의 신체를 타고나야 하죠. 기산설해가 뚫려있는 몸으로 태어나야 하는데 소수만이 그러한 특혜를 받습니다. 그럼, 영결은?
안슬대사의 제자가 되었을 때 안슬이 영결에게 묻습니다.
''제자야, 너는 운이 좋은 거냐 나쁜 거냐?''
이때 영결은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수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천적으로 기산설해가 확 뚫린 몸을 타고나야 하지만 영결은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안슬 역시 영결을 제자로 받아들이기에 망설였던 이유죠. 그러나 운이란 움직입니다. 영결은 도성을 지키는 신비한 석상인 주작에게 공격을 당해서 죽을 고비를 맞을 무렵 이층루의 열두번째 제자 진피피의 도움을 받아 살아납니다. 그때 먹었던 명약 덕분인지 영결의 몸속 기산설해가 뚫리면서 이층루의 제자 시험에 참가해서, 막강한 경쟁자였던 연국의 융경 황자를 제치고 열세번째 제자가 됩니다. 그러자 안슬대사가 나타나 부자에게 떼를 쓰듯 영결을 제자로 삼을테니 내놓으라고 해서, 영결은 부자와 안슬의 제자가 됩니다.
부자는 살아있는 신에 가까운 인물이고 안슬 역시 신에 가까운 경지에 이른 부사(부적으로 천지만물을 조정하는 능력자)이므로, 영결은 하루 아침에 세상의 부러움을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영결은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배울수록 자신의 수행 능력이 열두번째 제자 진피피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에 더욱 실망합니다. 더우기 자신의 존재가 서릉에 알려짐에 따라 하후와 서릉에서 살수를 보내면서 매일이 살얼음판 같습니다.
여기까지.
장야 시즌2는 진비우 대신 황학체로 바뀌는데, 중드에서는 이런 일이 예사롭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잘 되었습니다. 조금 천천히 보면 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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